2009-12-24 (목) 악몽의 크리스마스 이브

전화 끈은지 30분도 안되어 그녀에게서 다시 전화가 왔다.
"오빠 내 말에 너무 상처 받지 마세요" 라고 시작하며 살짝 떨리는 목소리였다.
짐작이 갔다. 부담스럽다는 것이었다. 짝사랑하는 사람이 있고, 공동체에 오해할 만한 소문이 나는것 같고, 나는 신중한 사람인데 내가 그렇지 못한것 같다는 내용이었다.

충분히 그렇게 생각하고 느낄 수 있는 것이기에 이해가 갔다.
나도 그녀를 모르고 그녀도 나를 모르기 때문에...
뭔지 모를 나의 감정이 한참 앞서 나가기 때문에...

이렇게 이해는 가면서도 슬픔은 막을 수가 없었다.
전화를 끈고 한참 동안 눈을 감고 소파에 누워있었다.
감정의 회오리에 쓸려가지 않으려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약속이 있어 가방을 둘러매고 버스를 탔다.
크리스마스 이브라 그런지 차가 막혔다.
창밖의 어두움과 곳곳의 현란한 자동차 라이트 불빛이 나의 혼동스런 기분을 표현하는것 같았다.
약속을 취소하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으나 혼자 있으면 더 힘들다는 것을 알기에...

약속 장소에서 사람들을 만났다.
저녁을 먹으면서 난 짜증을 많이 냈다. 버릇없이 행동했고 예의도 없었다.

하나님이 육신의 몸으로 이 땅 말구유에 오신 날을 기념하는 날...
낮아짐 중에 가장 낮아짐을 보여주신 날...
우리의 죄때문에 이런 수모를 감수하신 예수님...
이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축제분위기에 들뜬 사람들이 싫었다.
덩달아 들뜬 그리스도인들도 싫었다.

나는 식사를 하면서 사람들에게 귀찮게 질문을 해대었다.

"예수님이 왜 이땅에 오셨는지 아니?"
"하나님이 나를 만드신 이유와 목적을 아니?"
"예수님이 지금 이 곳으로 오셔서 나에게 무슨 말씀을 할것 같니?"

한사람 한사람에게 같은 질문을 하며 돌아가며 답하게 했다.
나의 질문에 귀찮아하고 짜증도 내면서도 대답을 잘해주었다.
미안하고 고마웠다. 크리스마스 이브날 같이 모인 사람들에게 괜한 심술을 부린 것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예수님과 내가 비교가 되었다.
나는 그녀 한 명에게 인정을 받지 못해 자존심 상해 했고 슬퍼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투정아닌 투정을 부렸다.
세상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지 못한 아기 예수님은 말구유로 보내졌다. 이런 무시를 받은 예수님이지만 또한 우리를 위해서 목숨까지 내주시며 사랑하셨다. 낮아짐과 사랑을 한 몸으로 보여주셨다.

나와 예수님은 하늘과 땅 차이 보다 훨씬 컸다.
지금까지 예수님의 가르침을 따르며 살고 있다고 여긴 내가 부끄럽기 그지없다.

사람들에게 버림 받으셨음에도 가슴으로 품으신 그 한량없는 사랑....
감사하다.
존경한다.
배우고 싶고 따르고 싶다.

그녀와는 끝난것은 아니라 본다.
나도 그녀를 모르고 그녀도 나를 모르기에....
서로 알아가면 되는 것이다.
이 과정은 내가 주님께 나아가는 과정에 방해가 없어야 하고 또한 그 과정 속에 있어야 한다.

나를 받아들이고 안받아들이고는 그녀의 몫이고
예수님처럼 나는 소망의 길을 가면서 사랑을 배풀면 될 것이다.

"싸울 날을 위하여 마병을 준비하거니와 이김은 여호와께 있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