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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13 21: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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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 시골집 뒤란에는 커다란 앵두나무가 있었다. 언제 처음 심겼는지는 정확히 모르나 내가 기억이란 것을 보관하기 전부터 있었는듯 하다. 아버지가 처음 신혼 생활을 시작했을때 심었을지 모른다.


초등학교 시절이었다. 매년 앵두가 많이 열려서 원없이 따먹었었다. 지금이야 앵두는 별로 알아주지 않는 열매이긴하지만 그시설에는 큰 간식거리였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꽃은 화려하게 피지만 앵두는 얼마 열리지 않았다.


그렇게 몇 해가 지난 후였다. 친구 집에 놀러갔는데 왕방울만한 앵두를 그릇에 가득 따서 들어왔다. 오랜만에 보는 앵두가 반갑기도 하고 먹어보니 맛도 있었다. 그런데 나를 깜짝 놀라게 한 것은 친구네 집의 앵두나무었다. 크기가 내 키만도 안되는 작은 나무였다. 그 작은 나무에 방울토마토만한 앵두가 열렸던 것이다..


나는 충격을 받고 집으로 돌아와서 톱과 가위를 들고 앵두나무로 향했다. 먼저 톱을 들고 굵은 가지 몇 개를 잘라냈다. 그런 후 가위를 가지고 잔가지를 마구 쳐냈다. 원래 있던 앵두나무의 가지보다 잘려져 나간 가지들이 더 많았다.


1년이 지나 다시 앵두가 열리는 봄이 찾아왔다. 꽃이 많이 피었지만 가지가 많지 않아서 이전처럼의 화려함은 없었다. 꽃잎이 지고 앵두 열매가 열리기 시작하는데 그 수가 너무 많았다. 시간이 더해지면서 열매는 점점 커갔고 색도 빨갛게 물들어 잘 익고 있었다. 그 해 앵두를 원없이 따먹었다.


문득 지난 어린시절 앵두가무가 생각났던 것은 지금의 내 삶이 이와 비슷한것 같다. 이것 저것 하고 싶은 것도 많고 해야할 의무적인 일도 많다. 마치 가지가 많은 앵두나무처럼 말이다. 가지가 많다보니 열매는 별볼릴 없는 그런 삶 말이다.


욕심을 버리도 선택과 집중을 하기 위한 가지치기를 해야 한다. 먼저 남겨 놓을 주요가지를 제외하고 나머지 가지는 톱으로 잘라내야 한다. 그 다음 남겨진 핵심 가지에서 잔가지를 가위로 정리해야 한다. 70%를 버리고 30%만 남겨 놓아야 한다.


앵두나무 가지치기는 쉬웠는데... 내 삶의 가지치기를 하려고 하니 몇 개의 가지를 남겨 놓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또한 어떤 것이 핵심가지인지 분별해 내기가 쉽지 않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